말레이시아 랑카위 한 달 살기 주간일기

랑카위에서 한 달 지내면서 간단하게 주간 일기를 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하는 일이 비슷하다 보니 일기는 점점 짧아졌다.

1주차

2022.07.27.수 ~ 08.02.화

2022년 7월 27일에 랑카위에 들어왔으니 꼭 일주일을 지낸 셈이다. 유럽에서 넘어온 거라 시차 적응하는 데 꽤 걸렸다. 3일 정도 아침에 못 일어났는데 지금은 8시쯤 잘 일어난다.

우리가 지내던 알바니아도 물가 비싼 나라는 아니었지만, 여기는 더 싼 것 같다. 커피값은 예외다. 기름값이 특별히 싸다. 1리터에 0.44유로라고 했나, 한국 돈으로 한 5~600원 정도다. 다른 나라들 기름값 올라서 난리인데 여기는 다른 세상이다.

공용 수영장이 있는 에어비앤비에서 지내고 있고, 매일 비가 온다. 다행히 하루 종일 내리는 건 아니고 점심때 잠깐 2~30분쯤 내리는 식이다. 도착한 후 3일 정도는 밤늦게 천둥번개 치면서 비가 많이 내렸다.

태국에서 쓸 목적으로 딴 오토바이 면허가 3년 만에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다. 스쿠터를 하나만 빌려서 남편이랑 같이 타고 다니다가, 이튿날부터 남편이 나한테 운전하라고 했다. 장롱면허인데 뒤에 사람 태우고, 발판에 배낭도 놓고 운전시키는 건 너무 스파르타 아닙니까? 어찌어찌 목적지에 도착하긴 했다. 3일차인 토요일에 새 스쿠터를 하나 더 빌렸고, 혼자 운전해서 남편 뒤를 따라갔다. 월요일부터는 혼자 가고 싶은 곳에 가라고 했다. 대단히 빠른 진도!

그래서 어제 처음으로 혼자 스쿠터를 운전해서 점심 먹을 식당에서 만났다. 비가 와 땅이 젖어 코너에서 혼자 미끄러져 연석에 부딪칠 뻔했다. 그 후로 개쫄아서 속도를 30으로 기어가다 택시한테 빵빵 소리를 듣고 옆길로 짜졌다.. 오늘도 집에 가다 뒤에 차들이 줄지어 오는 거 보고 쫄아서 옆으로 조금 갔는데 하필 진흙이라 미끄러져 다른 곳 (다행히 넓은 주차장)으로 튕겨졌다. 무서워 무서워 😭 긴장해서 자고 일어나도 어깨가 한껏 뭉쳐있다.

맛있는 아시아 음식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게 너무 좋고, 남편이 메뉴당 2~4달러면 요리 안 해도 되겠다고 해서 일주일 동안 요리 한 번도 안 했다. 저물가로 인한 주방 파업이다. 😍

코워킹스페이스에 가봤는데 텅텅 비었다. 랑카위는 휴양지라 비슷한 일 하는 사람은 만나기 힘들 것 같다.

체낭비치의 식당은 화장실이 없는 곳이 많다. 광장에 공중화장실 쓰라고 했는데, 그마저도 0.5링깃을 내야 한다. 무슬림 나라라 화장실 칸마다 물로 난리다. 돈 받을거면 깨끗이 유지해주던가…

식당 아저씨는 나무에 달린 망고를 공짜로 따줬다. 한 개면 되는데 4개나 줘서 한 개만 먹고 나머지 놔뒀는데, 집에 가서 먹으라면서 비닐봉지에 포장해 줬다. 고마워요.

1주차 한 일:

  1. 시차 적응
  2. 스쿠터 렌트와 연습
  3. 매일 멋진 선셋 구경
  4. 코코넛 먹기 – 길거리에서 파는 코코넛은 보통 1개에 5링깃
  5. 수영 1번
  6. 제트스키 – 남편만, 나는 수영복이 아니라 못 했음.
  7. 랑카위 독수리 광장, 체낭 비치, 탄중 루 비치

2주차

2022.08.03.수 ~ 08.09.화

시간 참 빠르다. 벌써 랑카위 온 지 2주가 지났다. 평일에는 일해서 딱히 어딜 가지는 않았다. 나는 숙소에서, 남편은 코워킹스페이스에서 각자 오전 시간을 보내고, 같이 식당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카페에서 일한다.

아참, 지난번에 까먹고 안 쓴 코로나 관련을 적어본다.

현지인들이 코로나를 대하는 자세

마이세자트라 앱 깔고 열심히 등록했지만, 입국할 때 확인 안 했다.
가는 곳마다 QR코드가 있지만 아무도 안 한다. 이제 안 해도 되는데 아직 정리를 안 한 듯?
랑카위는 한국으로 치면 제주도 같은 곳이라고 하는데, 금 토 일에 확실히 사람이 많아진다. 랑카위는 금요일, 토요일이 휴일, 쿠알라룸푸르는 토요일, 일요일이 휴일이다. 다른 도시에서 랑카위로 여행 오는 사람들(대부분 중국계)은 마스크를 아주 열심히 쓰고 있다. 랑카위 로컬의 경우 30%는 제대로 쓰고, 30%는 가지고 있거나 걸치고 다니고, 40%는 마스크가 아예 없다.

맹그로브 카약 투어

토요일에 맹그로브 카약 투어를 했다. 맹그로브 투어는 한 10년 전쯤 캄보디아에서 해봤다. 그때는 그냥 앉아 있었지만, 이번에는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카약 투어! 주말이라 다른 사람들도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도 없어 프라이빗 투어가 되었다.

처음 타보는 카약! 1인용 카약을 타기로 했는데, 웬걸? 카약에 올라타자마자 비바람이 매섭게 불기 시작했다. 역풍이 엄청나게 불어서 맹그로브 입구로 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카약 옆으로 스피드보트가 오가면서 물이 더 힘차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하마터면 주차되어 있는 보트에 부딪힐 뻔했다! 1인은 무리여서 2인 카약으로 바꿔탔다. 2인용 카약으로 바꿔타는 동안 비바람이 조금 잦아들었다. 이때다! 하나둘 하나둘 열심히 노를 저어 맹그로브에 들어갔다.

가이드가 안에 들어가면 바람이 안 불 거라고 했는데, 사그라들 줄 몰랐다. 비+바람+천둥+번개까지! 여행 코스의 20% 정도 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20분 정도 기다렸다. 가이드가 내일 일정 있냐고 내일 다시 하겠냐고 물었는데, 남편이 괜찮다고 기다려보자고 했다.

날씨 때문에 독수리 못 볼 줄 알았는데 독수리가 꽤 많았다. 날개를 쫙 편 독수리는 짱 크다.
사진 많이 찍고 싶었는데 물에 쫄딱 젖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휴대폰을 꺼낼 수조차 없었다. 원래 일정보다 1시간이나 일찍 끝났지만 재미있어서 만족했다.

스쿠터 실력 상승

혼자 스쿠터 타고 잘 다니고 있다. 지도 보면서 다니는 것은 무리지만, 남편이 “A에서 만나서 밥 먹자!” 하면 혼자 갈 수 있다. 일주일 만에 많은 발전이다.
스쿠터 타면서 동물 많이 봤다. 제일 무서운 건 원숭이다. 다른 차들이 추월할 수 있게 왼쪽으로 붙어 가는데, 원숭이가 튀어나왔다. 원숭이는 너무 똑똑해서 무섭다. 오른쪽으로 거리를 좀 두려고 거울을 봤더니 차가 줄줄이 있어서 옆으로도 못 가고 정지도 못 하고 느린 속도로 ‘제발 나한테 오지 마’ 하면서 지나쳤다.

생각보다 어려운 카페 찾기

인터넷 빵빵 터지고, 커피 맛있고, 화장실이 갖춰진 카페를 찾기가 힘들다. 오늘도 구글 지도에 나온 카페 3곳을 가봤는데 2곳은 길거리에 간이로 설치된 곳이었다. 1곳은 바닷가 깊숙한 곳… 와이파이 없고, 너무 더워서 금방 나왔다. 아무래도 업무는 점심 먹기 전에 다 끝내고 속 편하게 랩탑은 집에 두고 나가는 것으로 해야겠다.

말레이시아 음식

말레이시아 음식이 생각보다 매워서 아직 한국 음식 생각은 안 난다. 락사를 먹었는데 내가 먹었던 것과 달라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잘 먹었다. 알바니아 1인분에 맞춰졌는데, 말레이시아 1인분은 좀 적어서 가끔 둘이 3인분씩 시켜 먹는다.

토묘용 목요야시장

지난주에 지나가다 봤는데 목요야시장이라 요일 맞춰 찾아갔다. 이것저것 주전부리 사 먹고 한 바퀴 둘러봤다.

2주차 한 일:

  1. 맹그로브 카약 투어
  2. 토묘용 목요야시장 구경

3주차

2022.08.10.수 ~ 08.16.화

랑카위에서 지내는 것은 심심하다. 복잡한 도시를 싫어하는 남편이 쿠알라룸푸르에 가자고 했다. 아무 계획 없이 다녀왔고, 덕분에 오랜만에 돼지고기를 먹었다. 랑카위가 말레이시아의 제주도라는데, 제주도에 살면서 서울에 종종 나가면 이런 느낌인가? 도시의 넘치는 에너지는 좋지만 매일은 좀 버거운 그런 것?

해변에서 멋진 노을 보는 것은 일상이 되었고, 스쿠터도 제법 잘 탄다. 처음에는 넘어져서 살 까질까 아무리 더워도 운동화에 긴바지, 팔토시를 꼭 하고 다녔는데, 며칠 전부터는 샌들에 양말을 신고 나간다.

지도에 영업 중인 식당을 찾아가면 문이 닫혀있기 일쑤다. 7시 30분~8시쯤 밥을 먹을 생각으로 7시~7시30분쯤 나갔는데, 식당 문이 닫혀있으면 또 다른 곳 찾아 헤매다 보면 결국 9시에 밥을 주문해서 9시 30분에 밥을 먹게 된다.

3주차 한 일:

  1. Sandy Beach
  2. Temurun Waterfall
  3. 쿠알라룸푸르 1박 2일

4주차

2022.08.17.수 ~ 08.23.화

평일은 일하느라 똑같았고, 주말에 호핑투어를 했다. 예약 없이 가서 할 수 있으려나 걱정했는데 업체가 많았다. 한 사람당 35링깃, 여기저기 들른다. 지나가는 사람들 물이랑 과자 뺏어가는 깡패 원숭이들이 많았다.

랑카위를 떠나기 하루 전날 남편 스쿠터를 먼저 반납했고, 점심시간에 맞춰 내가 남편을 픽업하러 갔다. 한 달 동안 랑카위에서 지내면서 일취월장한 스쿠터 운전 실력! 막힘없이 시간 맞춰 잘 도착해서 엄청 뿌듯했다. 남편한테 운전 자리를 넘기고 식당에 도착한 후 내리면서 바지가 걸려 넘어졌다. 바지에 구멍 났다. 운전하면서 넘어지지 않았는데 내리면서 넘어지다니, 아무튼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4주차 한 일:

  1. 호핑투어

그렇게 특별한 것 없이 랑카위 한 달 살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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