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카위에서 한 달을 보내면서 제일 재미있었던 액티비티는 맹그로브 투어다. 10년도 더 전에, 캄보디아에서 맹그로브 투어를 한 적 있다. 그때는 노 저어주는 배에 앉아 있으면 됐다.
남편이 맹그로브 “카약” 투어로 예약했다. 새로운 거 해 볼 생각에 들떴다. 출발 한 시간 전에 1인 카약이라고 알려줬다. ‘? 카약 타 본 적도 없는데 혼자 타고 맹그로브를 가라고? 혼자 두 시간 동안 노 젓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과 기대를 안고 킬림지역에 도착했다.
킬림생태공원은 유네스코로 지정되어 있다. 토요일이라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우리밖에 없었다. 생각지도 않게 프라이빗 투어가 되었다. 투어 시작할 때 설명하기로는 2시에 시작해서 6시쯤 끝날 거라고 했는데 우리는 날씨 때문에 5시에 끝났다.
박쥐 동굴 (aka. Covid Cave)
킬림생태공원 입구에서 가이드를 만났고, 처음으로 간 곳은 박쥐 동굴이다. 입구에서부터 가이드가 여러 설명을 해줬다.
코코넛워터와 코코넛밀크의 차이, 이 식물(식물 이름 까먹었다)에서 나온 액체가 눈에 들어가면 실명할 수도 있다, 박쥐가 모기를 많이 먹는다, 박쥐가 방금 잠들었으면 다리 2개로 지탱, 푹 잘 때는 1개로 지탱, 종유석이 한쪽으로 휘어진 이유는 이끼 때문, 이끼도 힘이 있다..등등
원숭이 몇 마리가 있었다. 물병이랑 비닐봉지만 낚아채고, 휴대폰이랑 선글라스는 괜찮다고 했다. 발리에서 원숭이가 선글라스 가져가는 거 본 적 있어서 원숭이 너무 무섭다.
다시 배를 타고 양식장에 갔다. 먹고 싶은 생선을 미리 골라두면 카약 끝나고 먹을 수 있게 요리해 준다고 했다. 딱히 먹고 싶지 않았고, 가오리?한테 먹이 줘봤는데, 가오리는 이빨이 없고 잇몸만 있어서 느낌이 이상했다.
카약
옷을 갈아입고, 신발 벗고, 드라이 백에 소지품을 넣고, 각자 물 한 병씩 챙겨서 카약에 앉았다. 시작과 동시에 비바람에 천둥까지 몰아쳐서 2~300m 앞에 있는 맹그로브 정글 입구에 못 갔다. 게다가 모터보트들이 지나가고 나면 물이 요동친다. 노를 저어도 앞으로 나가기는커녕 뒤쪽으로 밀려나기만 했다. 반대쪽으로 가면 태국이라던데 이렇게 떠밀려서 태국 국경 넘는 거 아냐?
결국 2인 카약으로 바꿔서 남편이랑 같이 탔다. 가이드가 초보자인 우리한테 1인 카약을 타는 것을 추천했던 이유는 초보자 둘이 같이 타면 방향이 엉망이거나, 서로 노 젓기를 미루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맹그로브 정글 안에 코너가 많은데 2인 카약은 1인 카약보다 길이가 길어 조정하기 좀 더 어렵다.
둘이 열심히 노를 저어 맹그로브 입구에 들어갔다. 맹그로브 안으로 들어가면 나무가 많아서 바람이 안 불 거라고 했는데, 여전히 바람이 많이 불고, 비바람 때문에 사진은 하나도 못 찍었다. 투어의 25% 정도 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진행이 어려워 정글 안에서 20분쯤 기다렸고, 가이드는 내일 일정 없으면 내일 다시 해도 된다고 했다. 가이드가 투어를 중간에 그만두고 내일 다시 하자고 할 정도로 비가 미친 듯이 왔다. 내일 날씨도 어떨지 모르니 오늘 되는 데까지 하기로 하고 비가 좀 잦아들어서 다시 시작했다.
비 와서 독수리 못 볼 줄 알았는데, 독수리 진짜 많았다. 날개를 다 펴면 한 180cm~2m 된다고 했다. 가끔 정글에서 뱀도 볼 수 있는데, 뱀은 못 봤다. 고프로 가지고 갔으면 모험하는 기분이 제대로 나는 비디오를 찍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우리가 카약 타기 시작할 때는 이것보다 더 심하게 비가 내렸다. 비 쫄딱 맞으면서 했는데 그게 더 재밌고 어린이로 돌아간 것 같았다. 투어 끝나니까 라면이랑 떡볶이 먹고 싶어졌다.
옷 갈아입을 곳이 없을 것 같아서 집에서 옷 안에 수영복을 입고 갔다. 도착해서 카약 타기 전에 위에 입은 옷을 벗었다. 잘한 일이었다.
끝나서도 비가 많이 와서 스쿠터도 내버려두고 그랩 타고 왔다.
우리는 남편이 개인적으로 소개받은 곳에서 투어를 진행했지만(가격: 한 사람당 200링깃), 비슷한 여행 상품들이 많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