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아 자유여행 10일 (9년전 여행기)

이 글을 내가 2016년 처음으로 알바니아를 여행했을 때의 기록이다. 벌써 9년이 지났다. 그 후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알바니아를 여행/거주하며 지냈는데, 이 나라는 눈에 띌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알바니아에서 열흘

  • 자동차 & 오토바이 이용으로 교통편 정보 없음.

크기도 작고 인구도 적은 나라 알바니아. 여행지로 한국인에게 유명하지 않다. 그리스, 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 코소보에 둘러싸여있는 반도 국가. 오스만과 이탈리아의 지배를 당했던 나라다.

한국에서 직항은 없고, 터키 이스탄불에서 경유해서 갔다. 독일이나 이탈리아에서 경유하는 항공편도 있다. 터키 정세가 불안하고, 이스탄불 공항 테러도 있었다고 해서 다른 항공편으로 변경할까 했는데, 그냥 가기로 했다. 그래서인지 비행기에 사람이 정말 없었다.

티라나 Tiranë

공항 활주로에서 내려주었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고 어떤 문 앞에 내려주는데 그 문을 들어서자마자 바로 입국 심사대였다. 매표소같이 생긴 창구였다. 너무 느리길래 입국심사 질문이 많은가 싶었는데 그런 건 아니었다. “알바니아 처음이니?”, “응.” 끝! 도장도 안 찍어줬다. 입국 서류 작성도 없다. 나는 여권에 도장 찍는 게 유일한 기념품인데, 이렇게 금방 끝나는데 줄이 왜 그리 줄어들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심사를 마치고 나오면 바로 짐 찾는 곳이고, 한 번 더 검사를 하고 나오면 된다. 바로 그 옆은 항공사 카운터랑 출국장이 있다.

늦은 시간과 이른 아침 시간 잠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길이 막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곳곳에 있는 경찰들이다. 요즘 들어 고층 아파트를 세우는 것 같은데, 한국처럼 높은 건 아니다. 평일 낮에도 젊은 사람들이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커피값이 싸다. 수도를 제외하고는 한가하다. 나라가 크지 않기 때문에 어딜 가든 금방 도착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구불구불한 산길이 많아서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교차로는 주로 원형이다.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면 방공호를 많이 볼 수 있다.

유럽 유일의 이슬람 국가라는데 이슬람 국가라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모스크는 봤지만, 열흘 동안 히잡 쓴 사람 한 명도 못 봤다. 터키에서는 절하는 시간 알리는 음악이 나왔었는데, 여기서는 못 들었다. 옷차림도 아주 자유롭다. 전반적으로 종교에 있어서 상당히 자유로운 것 같다.

동양인을 보기 매우 어렵다. 터키에서 환승한 비행기서부터 나 혼자 동양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말도 걸고 쳐다보는 게 느껴진다. 모두 친절했다.

Liqeni Artificial i Tiranës : 호수 있는 공원인데 마음에 들었다. 근처에 작은 회전목마도 구경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로 나온 사람들 많았다. 솜사탕 팔고 애들 장난감도 팔고 작은 유원지에 온 기분이 들었다.

공동묘지에 갔다. 나라에서 운영하고 관리비를 내는 형식으로 안다고 했다. 묘비마다 사진이 붙어있었다.

고카트를 타려고 했는데 날이 너무 더워서 바퀴 터질지도 모른다고 저녁에 다시 오라고 해서 고카트는 못 탔다.

쉬코더 Shkodër

쉬코더는 티라나보다 더 한가하다. 횡단보도가 별로 없다. 바로 코 앞 호수에서 잡아 올린 생선을 요리해 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음식 나오기 전에 호수에서 좀 놀까 했는데 옷 갈아입기 너무 귀찮아서 그만두었다. 장어구이 한 마리가 만원 정도다. 참고로 스파게티 한 그릇이 300레크다(한국 돈 약 3000원). 주로 야외에서 식사하는데, 햇볕도 좋고 호수 뷰도 멋진데, 자꾸 벌레가 날아와……

로자파 성 Rozafa Castle : 입장료가 있지만 그냥 들어가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매표소는 따로 없고, 사복 입은 아저씨가 문 입구에 서 돈을 받았다. 사기당한 건 아니겠지? 성에서 웨딩 촬영하는 커플이 있었다. 안에 작은 역사박물관이 있어서 구경했다.

키르 Kir

구불구불한 산길의 왕복 1차선 도로, 겁나서 진짜 엄청 쫄았다. 커브 심한 곳에 거울도 없다. 매우 드물게 하나 있을까 말까. 왕복 1차선이니까 속도도 못 내고, 크랙션을 울려가며 지금 반대편에다 차가 오고 있니? 나는 지금 가고 있으니까 좀 알아줘, 빵빵. 길에서 죽으면 그 길에다가 묘비를 세운다. 사고 위험이 많으니 각성하고 안전운전 하라는 말인가? 아무튼 그렇게 바짝 쫄아 1시간 정도를 가서 계곡에 도착했다. Kir라고 했던 것 같다.

거기서 신발을 아무 곳에 내팽개쳐 놓고 높은 돌 위로 올라가서 다이빙했다. 많은 젊은 청년들이 그렇게 놀고 있었다. 계곡에서 도로로 나가는 길도 험했다. 염소가 똥을 싸면서 물을 마시러 와서 당황했다. 염소가 지금 여기다 똥 싸는데 나는 좋다고 다이빙한거야? 허허허허…. 염소를 소리 내서 쫓아내려고 해도 도망가지 않았다. 염소 주인이 종 울리니까 그제야 갔다.

돌아오는 길에 어떤 할아버지를 태워드렸다. 산골이라서 버스도 없는 것 같고, 그냥 길에 서 있다가 가는 곳 물어보고 얻어 타고 가다가 돈 주고 그러는 것 같다. 카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하면서 왔다. 한국에서는 불안해서 모르는 사람 안태우는데, 아직 여기는 그 정도는 아닌 듯. 오히려 더 안전한 것 같다. 할아버지는 내리면서 돈을 주려고 했는데, 안 받아도 된다고 했다.

두러스 Durrës

두러스는 저녁에 도착해서 제대로 구경 못했다. 높이 올라가서 야경만 봤다. 여기서 이탈리아로 가는 페리가 있다고 했다. 로마 시대에 지어놓은 원형 경기장이 남아 있는데, 멀어서 아주 아른아른하게 보였다. 라이브 연주하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손님이 신나서 앞에 나가 춤추기 시작했다. 다들 아무렇지 않았다. 늘상 있는 일인 것 같다.

Vlorë 블로러를 지나 Llogara에 들렀다. 산 어디에선가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다고 해서 갔는데 찾지 못했다. 꼭대기 커피숍에서 커피 마시고 쉬다가 다시 Sarandë 사란더로 향했다.

Adriatic sea와 Ionian sea로 바뀌는 구간에 터널이 있다. 터널 지나기 전인 Adriatic sea는 모래사장이고, Ionian sea는 돌이라고 했다. Bunec Beach에서 밤 수영을 했는데, 점점 깜깜해지는 게 무서워서 깊이 못 들어갔다. 바닥이 모래가 아니라 돌이라 한 걸음 한 걸음이 지압판이다. 바다에 둥둥 떠서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보고 있는데 기분이 묘했다. 스파게티랑 샌드위치를 먹는데, 너무 추웠다. 벤치에 널려 있는 수건, 주인아저씨 거냐고 좀 걸쳐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손님 거라고 했다. 손님이 흔쾌히 추우니까 덮고 있으라고 빌려줬다.

이쪽은 그리스계 사람들이 많이 산다고 했다. 한 60대로 보이는 여성들은 검정 옷을 입고 다녔다. 어디선가 남편이 죽은 사람은 검정 옷을 입고 다닌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런 이유로 검정 옷을 입은건지는 모르겠다.

크사밀 Ksamil

제트스키 탔다. 완전 재밌다. 15분에 3000레크 너무 비싸지만 재밌었다. 그냥 시간 좀 오버할 걸 그랬나. ksamil 바로 앞에 있는 섬은 그리스 섬이다. 제트스키 타고 국경 좀 넘어볼까? 했지만 그저 농담일 뿐.

식당 점원한테 짐을 맡겼는데 불안했지만, 동행자는 전혀 불안해하지 않았다. 그네들의 사람들을 믿는 것인지. 내가 의심이 많은 건지.. 여권 없어지면 나 그리스 가서 만들어야 된다고 안 불안하냐고, 지갑, 여권, 열쇠, 휴대폰 다 맡기면 우리 저거 없어지면 수영복 바람으로 여기서 어떡하냐고 그랬는데, 안전하다고 걱정하지 말란다. 그래 없어지면 여차저차 그리스도 가보는거지 뭐.

Butrint 부트린트에 갔다가, Syri i Kaltër ; Blue eye 블루아이에 갔다. 여기도 다이빙! 나는 점프대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수영하지 마시오” 금지판이 떡하니 있었다. 그렇지만 표지판을 무시하고 다이빙하는 청년들 많았다. 원래는 다이빙을 해보고 싶었는데, 금지판 + 이제서야 다 마른 머리가 축축해질 생각을 하니까 하기 싫어졌다. 구경하고 사진 찍고 얘기하다가 이동했다.

출발하자마자 장대비가 쏟아져서, 오토바이를 팽개치고 뛰어서 되돌아갔다. 오토바이로 2분 정도 간 것 같은데, 비 맞으며 걸어서 되돌아가니 엄청 멀었다. 되돌아간 식당에서 맨발로 돌아다니고, 옷도 벗어서 걸어 놓고, 저녁을 먹었다. 저녁 먹고 있는데 정전ㅋㅋㅋㅋㅋㅋㅋㅋ 머리 젖기 싫어서 다이빙 안 했는데, 결국 다 젖었다며 낄낄거렸다. 여행이라서 그런 걸까? 그냥 웃음만 나왔다. 비가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했다. 늦게 Sarandë 사란다 시내에 도착했다. 저녁 해변 산책하고 끝.

Sarandë에서 Tiranë으로 가는 길에 Berat 베랏을 가기로 했었는데 비가 와서 취소하고 티라나로 갔다. 조만간 한 번 더 가야될 것 같다. 마음이 편한 알바니아, 다음에는 차를 빌려서 근처 다른 나라까지 다 가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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