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아 결혼식

어쩌다 보니 해외 결혼식에 네 번 참석했고, 그중 두 번은 알바니아 결혼식이었다.

처음 가본 해외 결혼식

2016년 여름, 알바니아 결혼식에 참석했다. 네이버에 알바니아를 검색하면 마치 국교가 이슬람교인 것처럼 되어있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사실 알바니아에서 종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공산주의 시절, 무신론국가를 선포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각자 믿던 종교를 존중해주고, 종교 활동을 서로 숨겨주었다고 했다. 다른 종교끼리 결혼도 가능하고, 술도 마시고 고기도 먹는다.

우선 9시쯤 성당에서 식을 올렸다. 내용은 당연히 못 알아듣지만, 결혼식에서 나올 이야기는 뻔하니까. 신랑 신부가 연신 po, po, po (yes) 를 하고, 각 측에서 증인이 나와서 뭔가를 적었다. 아마 증인의 서명인 것 같다. 식이 끝나고 신랑 신부가 성당 밖으로 나왔고 하객들은 신랑 신부에게 쌀?을 뿌렸다. 자식 많이 낳으라는 뜻인가? 한국에서 폐백 할 때 대추, 밤 던져주는 거랑 비슷한 거라고 생각했다. 한바탕 박수갈채가 쏟아진 후, 옆쪽에 준비된 간단한 핑거푸드랑 음료를 마시면서 신랑 신부랑 사진 찍고 얘기한다. 하얀 망으로 된 주머니에 조약돌 모양의 초콜렛을 나눠줬다. 아무튼 미드에서 나오는 파티 장면처럼 서서 먹고 돌아다니면서 이런저런 사람들과 얘기했다. 왜 테이블과 의자를 마련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저녁 8시 30분 두 번째 식을 했다. 식이라기보단, 뒤풀이에 가깝다. 테이블엔 초대받은 사람들의 이름이 올려져 있었다. 신랑 신부가 같이 행진곡에 맞춰 등장했고 춤을 췄다. 하객들은 테이블에서 먹다가 춤추고, 쉬고, 둥글게 둥글게 춤춘다. 신랑 신부도 쉬고 먹고 춤추고 먹고 춤추고 쉬고를 반복했다. 신고 있던 높은 힐을 벗어두고 맨발로 춤추고 놀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였다. 🙂 처음 보는 사람이랑도 춤추고 남녀노소 상관없이 계속 파트너 바꾸면서 춤춘다.

결혼식 참석하기 전에 youtube에서 알바니아 결혼식 영상을 찾아보고 갔다. 동영상에는 하객들이 신랑 신부와 춤을 추면서 돈을 어마어마하게 뿌리는데, 그런 건 없었다. 보통 한국에서는 부케 받을 사람이 정해져 있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음식은 정말 끝없이 나온다. 배부르다고 했더니 이제 에피타이저 끝난 거라고 했다. 시끌벅적하게 한바탕 놀고 나니 새벽 3시였다. 우리는 이쯤에서 집에 갔지만, 다음 날 다시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침 6시까지 했다고 한다. 체력이 대단하다고 혀를 내둘렀는데, 이건 간소화된 결혼식이라고 들었다.

2022년 여름, 알바니아 친구의 결혼식

2022년 여름, 알바니아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신부 쪽 한 번, 신랑 쪽 한 번, 나누어서 두 번 한다고 했다. 일정상 두 개 다 가지는 못했고, 신랑 쪽 결혼식에 참석했다. 수도 티라나에서 지내는 커플이지만, 둘의 고향이 베라트(Berat)기 때문에 결혼식은 베라트에서 했다. 저녁 늦게 시작해서 다음날까지 한다는 것을 지난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근처에 숙소를 잡아 1박 2일 일정으로 했다.

처음에는 야외에서 손님끼리 삼삼오오 모여 음료/술을 마시며 이야기했다. 의자는 없었다. 그리고 신랑 신부가 등장! 같이 자유롭게 사진 찍고, 실내 홀로 이동했다. 입구에 이름 적힌 자리표가 붙어있었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홀 중간 끝 쪽에는 신랑 신부의 테이블이 있고, 가운데 중간을 비우고, 그 둘레에 테이블이 있다.

저녁 8시에 시작했는데 밤 10시가 돼서 밥을 주기 시작했다. 끊이지 않고 음식이 나왔다. 식사는 4번이나 나왔는데, 4번 다 다른 종류의 고기가 한 명당 한 접시씩 나왔다. 고기, 고기, 고기, 고기, 디저트. 물론 샐러드와 다른 음식도 있었다. 배가 터질 것 같은데 고기가 계속 나와서, 웨이터한테 괜찮다고 안 줘도 된다고 했더니, 옆에 앉은 다른 알바니아인 친구가 결혼식에서는 먹지 않더라도 받아두는게 매너라고 그랬다.

결혼식 초반에 신부 측 가족과 친척들이 차례로 줄지어 입장해서, 춤도 추고, 밥도 먹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다 같이 차례대로 인사하며 퇴장했다. 눈물을 살짝 흘리며 퇴장하는 신부 어머니 모습을 보니, ‘신부는 이제 너희 식구다.’ 이런 상징적인 의미가 담긴 퍼포먼스인 것 같다.

테이블마다 나와서 둥글게 춤추고, 돈을 뿌리는? 사람도 몇 명 있었다. 이 돈은 결혼한 커플에게 가는데, 바닥에 흩어져있어서 정리하는 사람이 슬쩍해도 모를 것 같다.

일요일 저녁 8시에 시작해서 월요일 새벽 3시 30분에 나왔다. 우리가 나올 때 파티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확히 몇 시에 끝났는지 모른다. 일요일 저녁에 시작해서 월요일 새벽에 끝나는 결혼식은 한국인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들 결혼식을 일요일~월요일에 해서 연차(아무튼 회사를 안 감)를 쓰는 게 당연시되는 분위기인 건지, 아니면 “너의 결혼식에 나의 연차 하나쯤이야 아깝지 않지!” 이런 사이의 정말 친한 사람들만 초대하는 건지 모르겠다.

알바니아 결혼식 특징

  1. 알바니아 결혼식은 보통 저녁에 시작해서 다음날 끝난다. 휴가철이라 사람들(가족) 모이기 좋은 여름에 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2. 식 진행 중에 신랑 신부도 앉아서 밥을 먹는다. 먹다가 나와서 춤추고 들어가서 다시 쉬고 그런다.
  3. 끝도 없는 음식이 나온다.
  4. 손을 맞잡고 둥근 원형(똬리)을 그리면서 춤을 춘다. Valle (발레)라고 한다. 굉장히 오래 추고, 맨 앞 사람이 손에 하얀 손수건 같은 것을 들고 있는데, 이거 들고 있는 사람이 리드하는 거다.
  5. 손님들이 정말 화려하게 꾸미고 온다. 시상식 드레스 수준으로 화려하게 입고 오는데, 하얀색만 아니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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